예를 들어, 이런 말을 듣는다.

"이봐, 이 쪽, 폐가 한 쪽이 아예 없잖아요? 이게 아예 기능을 안한다구."

진단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가까운 미래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재발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물론 어떻든 아주 건강하진 않을 것인데, 어느쪽이든 이제 크게 다를 게 없다. 나는 예전에도 내 그 큰 흑백 사진을 몇 번이나 들여다본 적이 있었고(아, 그게 벌써 구년전이다),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까지도 알고 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그러니까 오늘도 그렇고, 아마 내일도 그렇겠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도 누군가의 무심한 듯한, 하지만 호기심도 보이는 몇 마디에 예전에 없던 재밌는 기분이 된다. 그런 얘기를 듣는다고 어제와 오늘의 내가 갑자기 변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병원을 나와서, 최종 완치 판정을 받았던 때의 사진을 얻으러 보건소로 가는 길, 영화 보러 늘 오는 동네지만 몇 년간 안가던 길로 가는 기분이 생뚱맞다. 에라, 하고 시간이 애매해서, 보건소는 일종의 공무원들이니까 점심시간이 끼면 골치아프다 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좀 놀자 싶어 극장으로 갔다. 물론 주중에는 10시에 조조 영화가 시작하고, 11시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다음 영화는 너무 느긋하게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서점에 가서 한참을 고르다가, 그리고 에이, 나가려다가, 두껍고 여백이 많지 않고 호흡이 길고 그래서 오래 읽을 것 같지만 한 권으로 끝나는 책을 사들고 나왔다.
보건소에 갔더니 벌써 누군가 상담중이다. 삼십분쯤 책을 읽다가, 아, 새로 바뀐 선생님에게 내가 누구인가 주절주절 설명한 후에,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중언부언 다시 설명하고, 사진 한 장 빌려주십사 하여 큼직해서 옆구리에 끼기도 손에 들기도 바람에 휘휘 날려 가누기 힘든 그놈을 들고 보건소에서 나오니까, 배가 안고프고 영화가 고팠다. 그것도 별 두개 반짜리. 어떨까, 좀 늦게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아서 다시 극장에 들렀는데, 어땠겠는가, 아까 없던 영화가 지금이라고 있을리 없고, 그렇게 다시 늦은 점심이라도 먹으러 어슬렁거리며 나와야 했던 것이다.

야탑에서, 여기저기, 몇 시간쯤
2005/03/21 11:00 2005/03/21 11:00

흑. 새벽 3시에 전화가 왔어.. 내일은 보고 말테다.
2004/09/26 13:53 2004/09/26 13:53

자, 그래서 스케쥴을 짜봤어.

시나리오 1
08:05 꽃피는봄이오면 (~10:15 123분)
10:25 귀신이산다 (~12:30 128분)
12:40 빌리지 (~14:30 106분)
14:55 캣우먼 (~16:40 104분)
16:45 맨온파이어 (~19:15 147분)
19:15 <저녁> (~21:00 75분)
21:10 80일간의세계일주 (~23:10 120분)

... 이번에야 말로 죽을지도 몰라. 욕심을 줄이자. 늘 하고싶은 걸 다 하고 살 순 없지.


시나리오 2
08:15 맨 온 파이어 (~10:45 147분)
11:10 80일간의 세계일주 (~13:10 120분)
13:25 꽃피는 봄이 오면 (~15:30 123분)

과감하긴 하지만 뭔가 좀 모자라네. 빌리지는 넣어야 해


시나리오 3
08:20 빌리지 (~10:10 106분)
11:10 80일간의 세계일주 (~13:10 120분)
13:25 꽃피는 봄이 오면 (~15:30 123분)

배치는 좋은데 스케쥴이 영 아름답지가 않아..

휴, 어렵네. 고민의 결과는 내일 알려드리죠.
2004/09/25 22:42 2004/09/25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