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제게 개인적으로 굴곡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만, 영화를 보는 데에는 어떤 것도 별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입원하기 직전에도 영화를 보고, 퇴원한 직후에도 영화를 보았습니다. 사실은 영화가 나에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그저 영화관에 열심히 가고, 그렇게 올해도 93편의 영화를 보았을 뿐입니다.

올해에는 열다섯 편의 아주 좋은 영화(***1/2), 서른일곱 편의 꽤 괜찮은 영화(***), 스물두 편의 볼만한 영화(**1/2), 또 열네 편의 아쉬운 영화(**)와 한 편의 시원찮았던 영화(*1/2)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점수를 못 준 영화도 세 편입니다) 아주 좋은 영화와 꽤 괜찮은 영화가 늘었고 나머지는 작년과 비슷합니다. 이건 제가 영화를 더 잘 고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거나, 또는 단지 좀 괜찮은 영화엔 점수를 더 후하게 주게 되었다는 것만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요.

올해의 영화를 한 편 선정하고 싶었는데, 특별한 하나를 꼽는다는 게 영 쉽지가 않습니다. 한참의 고민 끝에, 결국 저의 선택은 옹박-두번째 미션이었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가요?
2005/12/31 23:59 2005/12/31 23:59

이 달에는 9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 광식이 동생 광태, 작업의 정석이 내 타입의 영화들입니다. 하하.
2005/12/31 23:59 2005/12/31 23:59

내가 기억하는 장진영은 언제나 소름의 그녀였다. 담배 피우는 게 멋있는 여자. 그러나 그녀는 언제인가부터 싱글즈의 그녀가 되어있었다.

모든 인물에게는 언제나 역사가 있고 그리고 그 인물의 현재가 있다. 큰 사람 박경원, 여자 박경원을 나는 드문드문 볼 수 있었지만, 그녀의 역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비오는 아래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했다.

날아야 하는 사람은 날아야 한다, 어떤 역경이 너의 앞에 있어도, 라고 당신들은 언제나 말하지 않았나요.

CGV 야탑에서, 12월 31일 토요일 오전 11시 40분, 7관 D열 10번
2005/12/31 11:40 2005/12/31 11:40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꼭 지난주의 킹콩처럼, 많은 사람들이 왕의 남자를 보려고 도착해 있었다. 전광판의 붉은색 분포가 완전히 지난주와 같았다. 서둘러 표를 끊으려고 보니 조조 시간의 두 관이 한 장의 예외도 없이 모두 차 있었다. 별 수 없이 9시에 시작하는 청연을 끊었다. 누군가는 내게 왜 예매를 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이런 것도 영화 관람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8시 10분 영화를 보려고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나와보니, 아침 일찍이라 비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VIP 부스에 직원이 있다. 그리고 8시 10분 왕의 남자에 표가 한 장 생겼다. 그래,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게 현장 예매의 재미가 아니겠어? 내 앞에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다들 일행이 있는 모양이었기에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없은들 어쩌랴. 우리는 숫자를 세도 줄이 빨리 줄지 않으며 시계를 자주 들여다 보아도 시간이 천천히 가거나 빨리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무사히 그 표를 사고 청연을 취소했다.

글쎄, 이 영화를 보는 시선의 어떤 경향이라고 봐도 좋을까? 좌석의 사분의 삼이 아가씨 관객이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나 배역상, 그리고 그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공길역의 이준기에게는 다소 위험성이 있어서 그럴거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의외로 그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왕의 남자는 좇을 길과 사람이 필요했던 남자 공길, 그런 그에게 길과 빛을 주었던 남자 장생, 이해받지 못해 슬픈 왕 연산, 세 남자의 이야기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장생역의 감우성의 캐스팅에 굉장히 우려하고 있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직 그에게 벅차다고 생각했고. 결과는 어떤가 하면, 아주 괜찮았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성공적인 배역과 영화였다고 볼 수 있다.
일전의 캐스팅에 대한 우려의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좋은 결과를 확인하고 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그렇다. 그는 매우 잘했지만, 내 속에서 정말 장생이었어야 할 남자는 그와 꼭 같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진영은 아주 좋았다. 그에게 다시 하라고 한들 다시 나오지 않을 정도로.

CGV 야탑에서, 12월 31일 토요일 오전 8시 10분 조조, 3관 H열 7번
2005/12/31 08:10 2005/12/31 08:10

사랑스러운 루시에게.

언젠가 다른 영화를 본 후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어느 아이가 아빠에게 너의 모험담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시시콜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애는 정말 신나있었던 것처럼 보였어. 그애가 가장 신나서 설명하던 것은 아슬란이 어떻게 용맹히 싸우고 또 마녀의 저주를 받아 얼어붙은 친구들을 구했는지에 대한 것이었어. 그러고보면 아슬란이 처음 등장할 때 어떤 아이가 소리쳤던 것이 기억난다. "어떤게 나올까? 용이 나올까?" 그땐 그 아이의 두근거림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졌단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던 건가봐.
하지만 그애는 설명하지 않았지. 네가 어떻게 언니 오빠들의 무시와 비아냥을 참아내고 어른스럽게 그들을 대했는지, 다급한 위험 속에서 얼마나 고귀한 인도주의적 주장을 펼쳤는지, 그리고 얼마나 아슬란을 따뜻하게 만들었으며, 그와 함께 친구들을 구해서 용감한 루시 여왕이 되었고, 나니아의 위대한 고양이를 어떻게 자유롭게 보내주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그런 것을 보면 영화를 보는 모든 눈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오직 너의 모험담일 뿐인데 말이야.

CGV 야탑에서, 12월 28일 수요일 오후 8시 40분, 2관 H열 17번
2005/12/28 20:40 2005/12/28 20:40

쥬라기 공원, 스타쉽 트루퍼스, 그리고 킹콩. 글쎄, 그가 또 한 발의 위대한 걸음을 옮겼다는 것은 알겠지만, 나는 무척 피곤했다. 내가 지쳐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기 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킹콩이 불쾌하게 만들려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CGV 야탑에서, 12월 25일 일요일 오전 8시 50분 조조, 6관 I열 12번
2005/12/25 08:50 2005/12/25 08:50

손예진♡

사실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분이라면 알겠지만, 영화 초반의 생뚱맞은 와이어 액션은 한참 걱정거리였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물론 이것은 좀 나쁘다는 얘기다.

메가박스에서, 12월 23일 금요일 오후 8시 15분, 8관 C열 16번
2005/12/23 20:15 2005/12/23 20:15

나는 장동건을 좋아한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좋은 배우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야 할거다. 그가 좋은 이유는 그가 잘 생기고 인기가 있으면서도,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내 좇으며, 그것을 아직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잘해야지, 분발해야지, 하면서 그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다.

어떤 산업이 성숙하고 견고해질 수록 제품의 성패는 기획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다른 분야의 완성도가 상향 평준됨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 기획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제품의 성패와는 관계 없이 특정한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실패한 생물학 연구도 인포매틱스 분야에서는 기존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개가를 올렸을 수도 있다. 만약에 게임 산업이 성숙해 있다면 실패한 게임의 백서도 프로그램 분야에서는 업계의 바이블이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획 영화의 성패는 돈을 주고 어떤 것을 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성숙되어 있지 않은 시장에서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원하는 것을 살 수 없을 수가 있다. 일단 완성도가 기본이다. 태풍은 장동건만큼 아직 애매한 위치에 있는, 우리 영화계의 인프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성패나 기획과는 별개로 아직 많은 부분이 모자르다. 하지만 나아지고 있다. 이 정도면 잘 만든 거 아닌가?

요즘 감정이입 하는데 도가 튼건지 영화 중간부터 내내 울었다.

CGV 야탑에서, 12월 22일 목요일 오전 9시 30분 조조, 2관 H열 5번
2005/12/22 09:30 2005/12/22 09:30

올해는 연하장이라도 써볼까 합니다. "기다림 + 게으름 + 늑장 + 연말 우편물 폭주 = 크리스마스 카드 배달 실패"일 듯하니, 2월에 도착해도 안전한 연하장으로. 선착순으로 내키는 만큼만 보내드립니다. 다음 이메일 주소로 받으실 주소를 보내주세요:


스팸이나 폭탄 메일 위험이 있으니 주소를 답글로는 달지 마세요.
2005/12/07 00:25 2005/12/07 00:25

내가 놓친 분량은 영화의 1/3이었지만, 내가 놓친 영화는 절반이 넘었다. 노련하게 잘 만든 코미디 영화다.
그들에게 기회가 아직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생 여전히 삽질로 점철될 것일까.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인연의 마지막 갈림길이란, 죽기 전엔 없는 것인지라.

여자들은 짐작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아요, 랬지만, 사실은 '어떤 사람들은'이라고 말하는 게 옳다.

제목에 대해서는 아직도 오리무중.

CGV 오리에서, 12월 5일 월요일 오후 9시, 1관 J열 13번

그런데, 균형이 안 맞는다. 다시 한 번 앞부분만 보고 나와야 되나.
2005/12/05 21:00 2005/12/0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