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시간표를 보면서, 대충 이 시간쯤에 도착해서 이걸 시도해보고, 안 된다시면 또 저걸 시도해봐야지! 그런데 으아 졸려, 하고 잤다. 조조영화를 보러 혼자 극장엘 갔다. 여전히 아무런 결정도 없이 조금이라도 빨리 줄을 서려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사실 말이지, 오랜만이라, 좀 떨렸다.
생각보단 사람이 많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사람줄을 눈으로 가늠하면서 동시에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렸다. 볼 영화는 많고, 표도 많고, 셜록 홈즈를 추리광인 그녀를 두고 본다는 건 마음에 걸리고(결국 보게 되든 아니든), 아바타는 3D로 봐야 제맛이라는 얘길 들었는데, 메가박스에도 3D 디지털 상영관이 있었구나, 그런데 8시 20분 상영분 외에는 멀찍이 떨어져 있고, 시각은 이미 20분을 넘겼는데다, 그런데도 전광판에 들었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꼴이 어쩌면 내 한 자리는 있으렸다. 전광판을 앞에 놓고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법이지만 맘도 모른채 금방 줄은 사그라 들어서 어찌됐건 결정을 강요받는 순간! 나는 보이지 않게 또 좀 떨고 나서, 결국 생애 첫 3D 영화를 고르고 말았다는, 사실 하지 않았어도 좋았던 별로 중요치 않은 얘기를 또 길게 하고 말았습니다.
안녕, 오랜만이죠.
처음에는 아바타라기에 미니미같은 걸 떠올리고 망측하여 예고편도 한 번 안 찾아봤으나, 아바타라고 하면, 저 멀리 울티마를 이래로, 생사와 고락을 함께해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이별을 담보한 만남이었다. 아바타 놀이란 결국 깨고 보면 씁쓰름한 뒷맛이 남는 행복한 꿈 같은 것 아닌가?

이 분.
ps. 첨단공포증에, 안경이 평소와 다르게 조금만 비뚜루 놓여도 두통이 찾아오는 나에게는 3D 안경이 좀 공포스러웠는데, 어찌어찌 운 좋게 잘 볼 수 있었다. 과연 두 번째 3D 영화를 보는 날이 올 것인가.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12월 27일 오전 8시 20분, 11관 H열 16번